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여름휴가철이 다가오고, 한동안 코로나로 인해 잠잠했던 해외여행의 제한이 풀리면서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저는 이탈리아로 여행을 가고 싶습니다. 더운 여름, 이탈리아로의 여행을 꿈꾸게 한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2018년 개봉한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입니다. 저는 넷플릭스를 통해 보았는데, 2020년 재개봉하기도 하였습니다.
1983년, 이탈리아 남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여름 햇살만큼 뜨거운 열일곱 소년의 첫사랑을 그린 작품입니다. 2007년 초에 출간된 원작 소설 [그해, 여름 손님](원서 제목: Call me by your name)은 세계 언론의 극찬을 받으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유명 프로듀서에 의해 바로 영화화하려고 했지만 감독의 제작 일정 등 여러 제약들로 인해 9년이란 시간이 지났고, 긴 기다림 끝에 2016년 여름, 촬영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영화 공개 후 원작 소설을 쓴 '안드레 에치먼'은 후속 소설인 [파인드 미](Find me)를 집필하였습니다. 후에 영화 속편 또한 제작이 결정되었고, 전작의 모든 배우들이 출연한다고 하니 속편도 기대가 됩니다. 영화를 보기 전 소설을 먼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네 이름으로 날 불러줘
이탈리아의 가족 별장에 머무르고 있는 엘리오(티모시 샬라메)는 피아노를 치고, 작곡을 하는 열일곱 살 소년입니다. 이곳에 교수인 아버지를 돕기 위해 연구원인 스물네 살의 올리버(아미 해머)가 옵니다. 엘리오는 올리버에게 자신의 방을 내어주고, 마을을 소개해줍니다. 엘리오는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자유분방하며 제멋대로이기도 한 올리버가 신경 쓰이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친구와 춤을 추는 올리버의 모습에 묘한 질투심을 느끼는 엘리오는 여자 친구인 마르치아와 시간을 보내며 나름의 복수를 하지만 올리버는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엘리오는 자신을 마치 꿰뚫어 보는 것 같은 올리버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기분이 달라지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여자 친구와 데이트를 하면서 자신의 마음이 바뀌는지 확인해보지만, 올리버에 대한 감정은 달라지지가 않습니다. 결국 엘리오는 용기를 내어 고백합니다. 이에 올리버는 당황하지만 엘리오가 상처받지 않도록 기다려주면서 적당히 밀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실 마음이 흔들렸던 건 올리버가 먼저였습니다.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되면서 서로 상대방을 자신의 이름으로 부릅니다. 엘리오 부모님의 배려로 이 둘은 둘만의 시간을 보내게 되고, 아무런 기약 없이 헤어집니다. 그리고 시간은 지나고 겨울, 올리버로부터 전화가 옵니다. 벽난로의 불을 오랫동안 바라보는 엘리오를 마지막 장면으로 하여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엘리오의 마음은 벽난로의 불처럼 여전히 떠나지만, 창밖에 눈이 내리는 겨울처럼 상황은 차갑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뜨거운 여름만큼 강렬하고 뜨거웠던 그의 첫사랑은 이렇게 끝이 납니다.
아름다움 그 자체인 영화
영화는 원작 소설의 배경이었던 장소 대신에 감독인 루카 구아다니노가 실제로 살고 있는 '크레마'마을에서 촬영을 하였는데, 본인이 지역의 지형과 생활 방식을 잘 알고 있어 일상을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주인공인 엘리오 역할을 맡은 티모시 샬라메는 촬영하기 5주 전부터 크레마 지역으로 와서 감독으로부터 영화 배경이었던 1983년 시절의 이탈리아 모습에 대해 듣고, 현지 친구들을 사귀면서 그곳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아주 느긋하고 편안한 환경을 조성해 자연스러움을 강조하고자 했고, 외부의 어떤 긴장감이나 갈등이 아닌 최대한 내면 깊숙한 곳에 들어가 보는 것에 집중했다고 합니다. 또한 여느 영화 촬영과는 달리 시간 순으로 촬영을 함으로써 배우들이 연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아름다운 이탈리아의 모습과 자연스러운 배우들의 연기가 보는 내내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습니다. 뜨거운 여름, '아름답다'라는 말이 떠나지 않는 이 영화를 다시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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