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다이애나 왕세자비 이야기
영화는 전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결혼 전의 성인 '스펜서'가 제목입니다. 이 영화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왕세자비로서가 아니라 자신 이름인 스펜서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연출한 파블로 라라인 감독은 전기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그의 전작으로는 '재클린 케네디'를 담은 [재키], 칠레의 전설적인 시인이자 민중 영웅인 '파블로 네루다'를 담은 [네루다]가 있습니다. 또한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를 연기한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이 영화로 극찬을 받으며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되었습니다. 스토리텔링 형식보다는 은유적인 화법으로 다이애나 스펜서를 그린 이 영화는 알고 보면 더 좋은 영화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색상의 의상들과 당구공, 꿩, 총 등 시각적인 상징을 통해서 잘 알려져 있는 것 같지만 또 왕실에 가려져 있었던 그녀를 잘 표현하였습니다.
왕실의 허수아비 같은 그녀
이 영화는 1991년 크리스마스 연휴 3일 동안 왕가의 휴가 별장인 샌드링엄 하우스에서 함께한 다이애나 스펜서의 이야기입니다. 다이애나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인데도 별장을 찾아가면서 길을 잃어 지각을 합니다. 새롭게 별장을 담당하게 된 지배인인 그레고리 소령, 시어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 남편인 찰스 왕세자 모두 다이애나를 숨 막히게 합니다. 매 식사 자리마다 정해진 옷을 입어야 하는 등 왕가의 오래된 전통에 대한 반항을 보여주고, 왕족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섭식 장애를 가진 그녀는 먹으면 바로 토하고 그러다 폭식을 하기도 합니다. 다이애나의 남편인 찰스 왕세자는 결혼 전부터 만나던 카밀라와 내연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이애나는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고, 왕실 내 모든 사람이 그 사실을 알지만 모른 체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찰스 왕세자는 다이애나에게 규율을 지키라고 합니다. 원래의 자신과 남에게 보여지는 자신을 분리해 잘 처신하라고 충고까지 합니다. 평생을 왕실 규율에 맞춰 살아온 찰스와는 달리 자유분방한 데다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바람까지 피우고 있는 남편을 보는 다이애나는 괴로워합니다. 다이애나는 유일한 말벗 상대였던 매기와 두 아들에게 의지하면서 간신히 버텨냅니다. 다이애나를 연기한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다이애나의 작은 습관부터 발성까지 비슷하게 연기했습니다. 심리적인 표현을 나타내는 그녀의 감정적인 연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고 어느새 그녀에게 이입되어 영화를 보게 합니다. 별장으로 가는 길에 다이애나는 허수아비에게 입힌 자신의 아버지의 옛날 빨간 재킷을 발견하고 벗겨서 가져갑니다. 그리고 사냥을 시키는 아들들을 막으려 달려가는 장면에서 그 빨간 재킷을 입고 갑니다. 왕세자비로서가 아닌 결혼하기 전인 스펜서의 성을 가진 다이애나로 살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감독은 1991년 크리스마스 연휴 3일 동안의 시간과 샌드링엄 하우스의 공간에서 다이애나의 마음속에 중요한 결단이 있었단 시기로 보고 연출하였다고 합니다.
오래도록 기억될 다이애나 스펜서
[스펜서]는 다이애나 서거 25주기에 맞춰 2022년 개봉을 예정으로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영국의 전 왕세자비인 다이애나 스펜서는 사망한 지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녀의 아름다움과 안타까운 죽음으로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20세기 모든 여성들을 통틀어서 가장 많은 사진을 찍힌 인물이기도 한 만큼 많은 파파라치들의 추격을 받았었고, 끝내 그 추격을 피하다가 교통사고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여 전세계적인 애도를 받았습니다. 그녀를 소재로 한 영화가 많이 있는데, 그중 저는 넷플릭스에서 [더 크라운] 시리즈를 보다가 그녀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더 크라운]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중심으로 영국 왕실과 그 주변 국제 정세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시즌 4에서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최근 새롭게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에 저는 바로 예매하여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차가운 왕세자비의 모습부터 천진한 아이 같은 모습까지 그녀의 내면을 잘 표현한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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