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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태풍이 지나가고, 되고 싶었던 어른이 못되어도 괜찮아

by 토끼같은돼지 2022.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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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지나가고] 영화 포스터

왜 태풍이 지나간 뒤에는 이렇게 아름다울까

2016년 개봉한 [태풍이 지나가고]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입니다. 얼마 전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 [어느  가족]을 리뷰하면서 다른 작품도 궁금하여 이 영화를 찾아보았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어느 가족]에 나온 두 배우를 볼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태풍이 지나가고]의 일본에서 개봉한 원제는 [바다보다 더 깊은]입니다. 이 영화는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공식 초청되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다수의 작품이 그러하듯이, 이 영화도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이혼 후 한 달에 한번 아들 싱고와 시간을 보내는 아빠 료타가 아들 싱고와 함께 할머니 요시코 집을 방문합니다. 그날 저녁 이혼한 엄마 쿄코가 아들 싱고를 데리러 전 시어머니 집에 오는데, 태풍이 몰아치면서 다 같이 하룻밤을 보내게 됩니다.

태풍이 지나가고 이들도 아름다운 새날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일본은 태풍이 잦은 나라인 만큼 항상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언제 태풍이 지나갔나 싶을 정도의 맑은 하늘을 보며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것 아닐까 상상해봅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

"지금 당신은 당신이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라는 영화 포스터 문구가 암시하듯, 영화는 주인공 료타의 일상을 통해 관객에게 어릴 적 꿈을 회상하게 하고 어른이 된 지금 그 꿈을 이루었는지 질문합니다. 

아빠 료타는 유명 작가를 꿈꾸지만, 현실은 바람난 부부들을 따라다니는 취재를 핑계 삼아 흥신소에서 일합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이미 남자 친구가 있는 이혼한 아내 쿄코를 몰래 따라다니기도 합니다. 그리고 돈이 생기면 도박으로 다 날려서 아들의 양육비도 제때 주지 못합니다. 이에 반해 아들 싱고는 빨리 철이 들어버렸습니다. 이렇듯 철없고 무책임한 료타의 인생은 어찌 보면 실패한 인생인 듯 보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어머니 요시코의 입을 빌려 괜찮다고 말합니다. 마치 열매도 꽃도 생기지 않아서 쓸모없는 나무처럼 보이지만, 애벌레가 나뭇잎을 먹고 나중에 나비가 된 것처럼,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사실 이 영화 포스터의 질문은 "꿈(to become)"보다는 "어른(to be)"에 방점을 둔 것 같습니다. 아들 싱고는 아빠 료코에게 무엇이 되고 싶었는지, 되고 싶었던 사람이 되었는지 질문합니다. 꿈(무엇)과 어른(되고 싶었던 사람)에 대한 질문에 아빠 료타는 꿈보다는 어른에 대한 대답을 합니다. 아빠 료타는 되고 싶었던 사람이 아직 되지 못했지만, 중요한 것은 되느냐, 못되느냐가 아니라, 그런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중 어머니 요시코, 아내 쿄코, 그 누구도 꿈꾸던 모습, 즉 완성된 모습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귤나무조차도 꽃과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결과가 아닌 계속해서 노력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정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꿈"이라고 표현이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중간 중간에 여러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를 통해 일본 사회 엿보기

영화 [어느 가족]에서도 그랬듯, 이 영화에서도 영화를 통해 일본 사회를 엿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한국 사회에서도 이혼 가정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고, 티브이에서도 돌싱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를 만들었을 때만 해도 드라마라는 장르 특성상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와 현상을 다룰 텐데 이혼가정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만큼 일본 사회에서는 이혼 가정이 제법 많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볼 때 스토리뿐만 아니라 그 영화의 배경, 문화, 생각들을 함께 보고 느낄 수 있어서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나오는 연립주택은 실제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살았던 곳이라고 합니다. 감독이 15년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어머니가 이 연립아파트에서 혼자 살기 시작하셨는데 이곳의 이야기를 찍고 싶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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